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 The Sound of Silence >
- 사이먼 앤드 가펑클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는 우리말로 바꾸어보면 '침묵의 소리'라는 뜻이 됩니다.
고요함을 뜻하는 침묵이 소리를 가진다 하니…
논리적으로 본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되겠지요.
그러나 아무도 그 표현이 틀렸다고 지적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유치환 - '깃발')"이라든가 "찬란한 슬픔의 봄(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런 표현처럼…
예술에서 사용되는 시적 허용은 미묘한 마음의 떨림을 담아서 공감을 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예술이 아닌, 현실에서 쓰일 때…
그것은 종종 역설과 조롱의 방식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치킨호크, 즉 '매의 흉내를 내는 닭'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 정치권에서는 군대에는 가보지도 않은 채, 국민에게만 참전을 강요하는 정치권 매파를 비판하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겁쟁이를 의미하는 '치킨'과 강경파를 뜻하는 '호크'가 합해진 '겁쟁이 강경파'라는 단어가 생겨났던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의미와 개념이 서로 모순되는 표현들은 우리의 일상에도 넘쳐나서…
'증세 없는 복지'라든가, '클린 디젤' 또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등등 앞뒤가 맞지 않는 단어들이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즈음의 국회는 어떤가…
'좋은 독재'와 '나쁜 독재'론이 그렇고 이른바 '동물 국회'를 막기 위해서 태어난 '정치 선진화법'과 그 안에서 다시 나타난 '동물 국회'…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모순들이 지난 한 주 내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국회는 다시 장내와 장외로 갈라서는 파열음…
그 파열음은 과연 시끄러운 것일까, 아니면 차라리 침묵에 속하는 것일까.
침묵의 소리…
합리적으로 본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제목을 사용한 그 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고 이야기하고, 귀 기울이지 않고 들으며… 그리고 아무도 감히 그 침묵의 소리를 깨뜨리지 못했지"
- 사이먼 앤드 가펑클 <The Sound of Silence >
그리고 이 곡을 함께 부른 아트 가펑클은 말합니다.
"이 곡은… 소통하지 못하고, 그래서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능함에 대한 곡입니다."
- 아트 가펑클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20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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