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고결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
- 펄 벅 미국 작가
미국의 작가 펄 벅은 한국을 유난히 사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구한말과 해방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까지 써냈을 정도였습니다.
그의 작품 '살아있는 갈대'에서 '갈대'란, 등장인물의 별칭이자 가장 중요한 상징성을 담은 주제어였습니다.
즉 갈대란 불의와 폭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저항했던…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김수영 < 풀 >
마치 시인 김수영이 이야기한 그 풀과도 같은 한국인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었던 시기에 영국의 기자 매켄지가 바라본 한국 역시 참담하고 비극적이었으나 아름다웠습니다.
그는 1907년 산속 깊은 곳에 숨은 의병들의 본거지를 찾아간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지요.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으로 싸우다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 프레더릭 매켄지 < 한국의 독립운동 >
청년의 눈빛은 빛났고,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합니다.
매켄지가 세상에 알린 조선인의 모습은 그렇게 초라했지만 당당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의병이란 파리 떼와 같다. 아무리 잡아도 계속해서 붙는…"
- 도쿠토미 소호 일본 역사학자
일본인의 눈에 한국의 의병이란…
밟아도 밟아도 일어나니 마치 파리 떼와도 같이 지긋지긋하였을 것입니다.
이른바 힘이 약한 나라가 강대국에 병합되었고 왕과 대신들이 나서서 국권을 넘겨주었는데 백성들은 왜 끊임없이 저항하는가…
아마도 그들은 그때나, 그리고 지금이나, 한국인의 기질을 도통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방 공항에서 시작된 일본행 비행 편 축소가 결국 인천공항까지 옮겨왔다고 하지요.
누가 부추기거나 강요한 적이 없지만…
결과는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중입니다.
짐짓 아무 일 아니란 듯 보고 있던 일본의 매체들도 이쯤에 와선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오늘(30일) 전해드렸습니다.
텅 빈 일본 의류매장의 주차장과 편의점의 일본 맥주 코너, 그리고 일본행 비행기…
여의도의 요란한 설전과는 상관없는 '살아있는 갈대'들의 소리 없는…
그러나 묵직한 전쟁…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2019.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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